미술 해석

“윌리엄 블레이크의 ‘고대의 나날들’ – 신의 컴퍼스가 빚는 우주의 윤곽”

canvasnote 2025. 7. 17. 10:01

🌌 윌리엄 블레이크의 ‘고대의 나날들’ – 창조, 통제, 신화의 삼중주

윌리엄 블레이크(William Blake, 1757~1827)는 18세기 영국의 시인이자 화가로, 신비주의, 환상, 영적 계시를 예술로 형상화한 “예언자적 예술가”로 평가받습니다.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《고대의 나날들(The Ancient of Days, 1794)》신화적 창조주가 우주의 틀을 측량하는 장면을 강렬한 시각 언어로 구현한 작품입니다.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▲ William Blake, The Ancient of Days, 1794 (출처: Wikimedia Commons)

🌀 작품 속 장면

그림 중앙에는 빛나는 둥근 해 혹은 우주의 문에서 노쇠한 남성이 몸을 기울인 채 컴퍼스(자)를 들고 있습니다. 그는 바로 ‘우리즌(Urizen)’이라 불리는 블레이크 신화 속 창조자, 또는 제한의 신입니다. 그는 질서와 이성을 관장하지만, 동시에 자유를 억압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.

🔍 상징 해석

  • 컴퍼스: 우주를 측정하고 규정하는 도구 – 창조자의 힘과 통제의 상징
  • 빛의 광채: 신성한 계시 또는 이성의 폭력성까지도 암시
  • 우리즌의 자세: 빛 속으로 몸을 숙이며 무언가를 설계하는 모습 – 창조와 억압의 이중성
  • 하늘 배경: 혼돈의 우주 속 새로운 질서의 탄생을 의미

📌 블레이크의 예언적 미학

블레이크는 자신의 시와 그림을 결합한 “예언서(prophecies)”를 제작하며 자신만의 신화적 세계관을 구축했습니다. 『고대의 나날들』은 그 중 《유럽, 하나의 예언(Europe a Prophecy)》의 표지로 사용된 작품으로, 창조자 우리즌이 “새로운 세계의 형식”을 설정하는 순간을 묘사합니다.

이 장면은 성경의 다니엘서 7장에서 언급된 “고대부터 계신 이”를 바탕으로 하며, 블레이크는 이를 통해 신, 권력, 질서, 억압에 대한 자신의 복합적 사고를 드러냅니다.

💬 감성 포인트: 신은 창조자인가, 감옥의 설계자인가?

“자는 창조하고, 자는 구속한다. 빛은 길을 비추지만, 동시에 벽을 만든다.” – 윌리엄 블레이크

『고대의 나날들』은 단순한 종교화가 아닙니다. 그것은 신화적 우주의 탄생인간 이성의 한계를 묻는 시각적 철학입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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